작년 10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하면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국제사회의 이목이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유대인 사회와 제도에서 억압받고 삭제되는 존재인 팔레스타인 민중은 정상성을 요구받으며 차별받는 퀴어·성소수자와 닮은 점이 많고, 전세계적으로 퀴어·성소수자 공동체가 반전(反戰) 팔레스타인 연대에 목소리를 보태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원문 작성: 미겔
원문 검토: -
번역: 미겔(스페인어), 피웊(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가리(일본어), Van(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역 검토: 희중(스페인어), 지니(영어)
웹·SNS 게시: 미겔
카드뉴스 디자인: 가리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가까운 곳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시민사회의 모습을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 퀴어·성소수자 공동체의 팔레스타인 연대 소식과 한국에 계신 독자 분들이 참석할 수 있는 유관 행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스라엘의 핑크워싱
팔레스타인과 퀴어·성소수자의 연대를 다루기 위해서는 핑크워싱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핑크워싱이란 성소수자 친화적인 정책이나 사업을 펼쳐 다양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이미지를 구축한 다음 이를 정치적·금전적 목적을 정당화하거나 소수자 집단을 향한 본질적인 차별과 억압을 은닉하는 데에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스라엘은 오랜 시간 자국을 성소수자 친화적인 국가로 홍보해 왔는데, 이를 ‘소수자를 차별하는 이슬람’과 대비시키면서 팔레스타인 점령을 정당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한국의 시민단체인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전쟁없는세상’은 핑크워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경우 약 10년 정부와 민간 주도 하에 점령과 학살로 악명 높은 이스라엘의 국제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브랜드 이스라엘’ 캠페인을 런칭하였다. 이 캠페인은 ‘‘민주적이고 다양성이 존중 되며 표현의 자유가 있고 활기차고 창조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팔레스타인 점령 사실을 정당화하거나 은폐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핑크워싱은 브랜드 이스라엘 캠페인의 일환으로 성소수자 인권이 세계적 화두가 된 상황에 빠르게 발을 맞춘 것이다.
전반적으로 ‘브랜드 이스라엘’ 캠페인이 ‘분쟁’이나 ‘팔레스타인’ 같은 단어 사용을 신중하고도 집요하게 배제하면서 이스라엘에 흔히 덧붙는 종교적이고 군사적인 이미지를 떨치려한단 점 역시 핑크워싱의 정치적 목표를 가늠하게 한다. 이 캠페인에서 이스라엘은 ‘민주적이고 다양성이 존중되며 표현의 자유가 있고 활기차고 창조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로 재구성된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성소수자들의 피난처’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지는 경우 점령과 식민화의 현실은 단순히 은폐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정당화되기까지 한다.
(글 출처: ‘전쟁없는세상’에 게시된 “텔아비브는 어떻게 ‘게이 천국’이 되었는가 – 이스라엘이 성수자 인권을 이용하는 방식, ‘핑크워싱’”에서 발췌. 한국어 원문 링크: http://www.withoutwar.org/?p=13722)
퀴어·성소수자 공동체의 팔레스타인 연대 목소리
한국의 퀴어·성소수자 공동체도 팔레스타인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여러 퀴어·성소수자 단체들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에 함께 하며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근처에서 진행하는 집회 및 행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1일에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한국에서 살고 있는 퀴어들은 팔레스타인 퀴어의 생존과 해방을 염원하며,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해방을 위해 연대한다’라는 이름의 선언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온라인 서명을 통해 모은 1044명의 연서명자의 이름으로 발표된 이 선언문은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낭독되었으며 애도와 투쟁의 퍼포먼스가 함께 했습니다.
아래에 선언문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합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퀴어이다. 한국은 피식민지배의 경험을 가지고 있고, 전쟁으로 인한 분단국가이며, 여전히 미국의 군사적 영향 아래에서 살고 있다. 퀴어로 살아간다는 것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성적특징의 측면에서 정상규범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성적규범과 정상성을 강요하는 지배체제와 불화하거나 불화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단속당하고, 감금당하고, 처벌되는 이들을 포함한다. 이 지배체제는 인권보다 자본을 우선시하고 불평등한 상황을 유지함으로써 이득을 얻는다. 배제와 차별은 국가폭력이라는 무기를 통해 집단학살genocide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지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
핑크워싱은 국가 또는 기업이 자신들이 자행하는 차별과 폭력의 만행을 감추거나 때로는 정당화하려는 목적으로 성소수자 친화적 이미지를 실속없이 겉치레로 앞세우는 일을 의미한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핑크워싱에 저항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원조를 토대로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학살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수단을 문제삼는 것이자 그 이상이다. 한국에 미치는 미국의 막대한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자각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한국의 우방 협력 구도에 한국 민중과 퀴어의 목소리로 균열을 내야한다.
[...]
우리는 요구한다. [...]
한국 정부는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을 중단하라. 우리는 한국정부가 무기를 팔아 번 돈으로 잘 살고 싶지 않다. 어차피 한국 정부가 특별히 퀴어를 위해서 투자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차별과 억압으로 인해 항상 죽음 가까이 살고 있는 우리들은 한국 무기가 지구 저편에서 망가뜨리는 퀴어의 몸에도 같이 아픔을 느낀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의 목소리
미·영·불·독 등 외국 정부 대사관은 2014년 이래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왔는데, 한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이들의 참여는 퀴어·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겨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원조하는 주요한 세력인 만큼, 미국·영국·독일 대사관 부스가 참여한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도 항의 행동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핑크워싱과 팔레스타인 학살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5년부터 이스라엘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이들 대사관이 축제 측과 공식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에 항의했습니다. 긴급행동 측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퀴어문화축제 현장으로 이동해 대사관 부스 앞에서 항의 행동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행진 대열에도 참가했습니다.
2024년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있었던 다양한 연대 행동에 관한 LGBT News Korea의 글 읽어보기: 2024년 제 25회 서울 퀴어퍼레이드 개최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곳
한국에 계신 독자 여러분도 행동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는 격주 토요일마다 이스라엘 대사관 근처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집회 일정: 긴급행동 20차 집회 및 행진
일시: 7월 27일 토요일 오후 5시(1시간 집회 후 행진)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26 SK서린빌딩 뒤 청계천변
BDS 운동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BDS란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Boycott, divestment, sanctions)의 영문 줄임말입니다. ‘전쟁없는세상’에 따르면, BDS 운동은 “지난 수십 년간 유엔 호소부터 민중봉기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시도해 봤음에도 이스라엘의 점령이 계속 악화되기만 하자 이제는 시장 영역에서 이스라엘 제품과 점령 공모 기업에 압박을 가하고 국가 차원의 제재를 통해 점령을 멈춰 보겠다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절박함과 결단이 묻어나는 전술”이며 “보이콧에는 이스라엘 제품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문화적, 학술적인 보이콧도 동반”합니다.
원문 작성: 미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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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미겔(스페인어), 피웊(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가리(일본어), Van(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역 검토: 희중(스페인어), 지니(영어)
웹·SNS 게시: 미겔
카드뉴스 디자인: 가리
참고자료 (한국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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