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평등소송’ 시작
- lgbtnewskorea
- 4월 15일
- 4분 분량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성부부 11쌍은 동성부부의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부당한 차별이라는 취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원문 작성: 레이
원문 검토: 미겔
번역: 미겔(스페인어), 피웊(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가리(일본어), 미겔(카탈루냐어)
번역 검토: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웹·SNS 게시: 미겔
카드뉴스 디자인: 가리
*이 글은 지난 해인 2024년 11월 말~12월 초경에 작성된 글입니다. 한국에서 발생한 군사반란 사태로 인해 뒤늦게 게시되었으니, 글 작성 시점을 고려해 읽어주십시오.
‘주여! 동성 커플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지옥을 맛보게 하소서.’ 2013년 9월7일 동성 부부인 김조광수·김승환씨가 결혼식을 올리자 ‘한국기혼자협회’에서 재치 있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혼인신고서는 수리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2014년 5월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습니다.1 1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에서는 동성혼은 법적으로 국가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커밍아웃의 날’인 2024년 10월11일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성부부 11쌍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2 동성부부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구청 처분은 부당한 차별이기 때문에 법원이 이를 바로잡는 결정을 해달라는 소송입니다.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혼인 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행정 처분에 대해 대규모 인원이 한 번에 소송을 제기하고, 현행 민법의 위헌성까지 다투는 것은 처음입니다.3
10일 시민단체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혼인평등연대 등이 모인 동성혼 법제화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은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민법은 동성 부부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송에 나선 22명은 장기간 함께 살고, 경제 공동체를 이루며 사실혼 관계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구청에 혼인 신고를 했으나 불수리 처분을 받았습니다. 현행 민법에는 근친혼,중혼 등을 제외하고 동성 부부 혼인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지만 이들의 혼인신고는 ‘불수리’되고 있습니다.
"동성부부들이 결혼을 원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삶을 나누며 가족으로 살아가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혼인평등소송이란
‘모두의 결혼’이 제기하는 ‘혼인 평등 소송’은 두 갈래로 이뤄집니다. 먼저 이들은 11일 동성 부부 11쌍의 혼인 신고 불수리 통지서를 바탕으로 관할 법원에 불복 신청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후 각 법원에 이성 부부 혼인만 허용하는 현행 민법의 위헌성을 따져달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합니다.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고, 기각되면 당사자들이 직접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혼인의 성립을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의 신고에 따라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입법 운동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김용민(34)·소성욱(33) 부부도 소송 당사자로 참여하였습니다. 이들은 지난 7월 사실혼 동성 배우자에 대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끌어낸 바 있습니다 판결 2주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씨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했고, 현재 이 자격을 취득한 동성 부부는 김용민·소성욱씨를 포함해 최소 4쌍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동성 사실혼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소송:
1심 재판에 관한 LGBT News Korea의 글 읽어보기: 누가 그들에게 가족의 권리를 부여하는가? -동성부부와 건강보험공단 소송에 관하여
2심 재판에 관한 LGBT News Korea의 글 읽어보기: 누가 그들에게 가족의 권리를 부여하는가? ② – 동성 부부와 건강보험공단 소송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에 관한 LGBT News Korea의 글 읽어보기: 대법원, 동성부부 피부양자 인정…첫 동성부부 권리 인정 사례
현재 동성 결혼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 영국, 호주, 브라질 등 전세계 39개국에 달합니다. 특히 2019년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하는 등 아시아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네팔에서는 2023년 6월 대법원이 모든 동성 및 트랜스젠더 커플에게 결혼 등록을 허용하라는 임시명령을 처음으로 네팔 정부에 내렸고, 이에 따라 지난 11월 모든 지방 행정관청에서 동성 결혼을 등록할 수 있도록 조처했습니다.8 태국에서도 지난 6월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는 ‘결혼 평등법’이 통과되었고, 내년 1월부터 성별과 관계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2019년부터 전국 5개 도시에서 혼인 평등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지난 3월 홋카이도 삿포로 고등재판소는 동성혼 금지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번에 소송을 진행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조숙현 변호사는 “과거에 호주제 폐지, 동성동본 금혼제 폐지 소송을 진행할 때도 가족 제도가 붕괴된다고 우려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평등이 실현됐다”며 “동성혼 법제화는 동성 부부 권리를 위한 것이지만, 가족법 내에 남아 있는 차별적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사회의 인식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4. 2023년 5월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40%의 시민들이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10년 전보다 15% 상승한 수치로, 특히 젊은 세대의 과반수가 혼인평등을 지지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혼인평등소송 부부들의 이야기
혼인평등소송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소 제기 기자회견 이후, 주요 시사매체들이 깊이 있는 기획 기사를 통해 11쌍의 원고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사IN은 11쌍 모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삶과 꿈을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5. 아래로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혼인평등소송 원고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6.
“지아와 저는 2년 전 마포구청에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어짜피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혼인신고를 했던 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마포구청도, 서울시도, 대한민국 정부도 알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이 소송에 원고로 참여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보통의 시민으로서 다른 여느 사람들처럼 내가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가족으로 이미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손문숙 (신청인)
“저는 옆에 있는 김찬영과 함께 지난 10년간 서로를 사랑하고, 돌보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 계신 분들처럼 일터에서 일상을 보낸 뒤, 집에서 따뜻한 저녁밥을 함께 차려먹고, TV를 보며 ‘오늘 별일 없었어?’라는 대화를 나누고, 반려견을 돌보는 게 삶을 살아가는 가장 큰 기쁨이자 원동력입니다. 평범한 부부의 삶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법 앞에서는 언젠가부터 한없이 작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함께 살면서도 서류상에나, 같이 살 집을 구할 때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거나, 유산 문제를 상의하려고 해도 우리는 가족이 아닌, 타인이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우리가 실제로 꾸리는 삶의 모습에서 절반으로만 비칠 뿐이었습니다. (...) 누군가 제게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하냐’고 묻는다면 ‘가족’이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제가 결혼을 평등하게 인정받고 싶은 이유 역시 누구나 그렇듯 ‘가족’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지금의 가족이 가장 자연스럽고 소중합니다. - 정규환 (신청인)
“동성부부들이 결혼을 원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삶을 나누며 가족으로 살아가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결혼이 보장하는 보호와 존중, 존엄으로부터 배제되어 있습니다. 성소수자 시민들이 자신의 미래를 그리며 이곳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존엄의 문제이자 ‘당장의 시급한 먹고 사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 성소수자들은 그동안 이 존엄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이어왔으며, 이번 소송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러분의 이웃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동성부부들이 동등한 보호와 존중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소송의 원고로 나섰습니다. 이 여정에 동료 시민 여러분들도 따뜻한 지지와 연대를 위한 대화로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이호림 (모두의결혼 활동가)
혼인평등소송 기자회견 관련 동영상 및 소송에 참여한 부부들의 소식은 모두의 결혼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K00aqcXpdxs) , 홈페이지(https://marriageforall.kr/),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marriageforall.kr/)을 참고해주세요!


원문 작성: 레이
원문 검토: 미겔
번역: 미겔(스페인어), 피웊(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가리(일본어), 미겔(카탈루냐어)
번역 검토: 희중(스페인어), Juyeon(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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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한국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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