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에서도 차별금지법은 ‘나중에’
- lgbtnewskorea
- 8월 19일
- 4분 분량
또다시 미뤄진 인권, 이재명 정부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은 요원
원문 작성: 레이
원문 검토: 미겔
번역: 미겔(스페인어), 피웊(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아키(일본어), Van(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번역 검토: 희중(스페인어), 지니(영어)
웹·SNS 게시: 미겔
카드뉴스 디자인: 가리
차별금지법은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해 실질적인 평등을 구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 중 차별 금지의 사유로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포함하는 여부가 늘 종교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정치권 또한 이에 호응하여 공론화 과정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성소수자에게 차별금지법은 단순한 ‘법적 보호’를 넘어 일상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직장에서의 아웃팅 때문에 해고당해도 제대로 된 구제 수단이 없는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존엄과 평등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입니다. 그러나 일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제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18년째 제자리걸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한국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18년째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지난 2007년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안을 처음 입법예고했을 당시, 보수 기독교 단체는 법안에 포함된 ‘성적 지향’ 등의 문구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다 이후 ‘성적 지향’을 포함한 7개 차별 금지 사유가 제외된 법안이 수정·제출되었으나, 기득권의 요구에 맞춰 차별 금지 사유를 선별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법안은 결국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폐기되었습니다.
이후 매 국회 회기마다 차별금지법을 입법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번번히 무산되었습니다.
전환점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의 진보세력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10명이 다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였고, 이후 이상민 의원, 박주민 의원, 권인숙 의원 안 등의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들이 국회에 발의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2021년 6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 동의 청원이 10만명을 넘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으로 회부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국회법에 의거,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국민 누구나 원하는 바를 국회에 청구할 수 있는데, 2020년 당시 기준으로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달성한 청원은 국회가 심사할 의무를 지닙니다. 그러나 해당 법안들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채 통과하지 못했고,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안의 내용은 링크를 참조 (https://equalityact.kr/equalityact-bill/)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포함하는 차별 사유 를 포함하여 차별 행위를 규제한다는 구체적인 골자는 비슷하나, 차별 사유의 개수, 차별 영역과 진정인에 대한 구제 방안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차별금지법 제정이 지지부지한 지난 18년동안, 성소수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과 고통은 외면 받아왔습니다.
2025년 대선 토론에서 다시 불거진 차별금지법 논란
차별금지법은 2025년 대선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5월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TV 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2030 청년들이 가장 큰 요구 중 하나가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며 이재명 후보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냐"고 물어봤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차별이 어떤 특정 요소에 의해 생기는 것,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는 한데"라고 운을 뗀 뒤 "방향은 맞지만 당장 할 일 하기 어려워져"라며 또다시 유보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제21대 대선과 성소수자 정책에 관한 LGBT News Korea의 글 읽어보기: 광장의 성소수자와 제21대 대통령선거
권영국 후보는 즉시 "이것이 과연 사회적 합의 문제인가. 결단의 문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18년간 이어진 '사회적 합의' 프레임 속에서 차별금지법이 계속 미뤄져 온 현실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입니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조차 여전히 명확한 찬성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모습은, 한국 정치권에서 성소수자 인권이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차별금지법은 ‘나중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김민석 의원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였습니다. 기독교인인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6월 17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보다 많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였습니다. 특히, 그는 종교적 신념으로 차별금지법을 비판할 때 “자신이 처벌받는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명백한 오해에 기반한 발언입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11차례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는 차별 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담긴 적이 없습니다. 유일한 형사처벌 조항은 피해자가 진정을 제기했다고 해서 보복성 불이익 조치를 가했을 때만 적용되며, 단순히 차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허위사실에 기반한 과장된 불안을 ‘본질적인 헌법적 목소리’로 격상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현직 다선 의원이자 총리 후보자의 책무는 이러한 허위사실을 바로잡아 그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지 자신에게 주어진 마이크로 이런 불안을 합리화하고 퍼뜨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민석) 후보자가 2023년 11월 기독교계 단체 ‘사학법인 미션 네트워크’ 주최 행사에서 “동성애는 모든 인간이 택했을 때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입장이 바뀌면 인정할 수 있다는 보편적 가치와 상대주의 영역이 될 수 없다”고 말한 사실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2
단지 총리 후보자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차별금지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취임 30일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 추진 계획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일에는 ‘경중선후’라는게 있는데 저는 무겁고 우선적인 급한 일부터 먼저 좀 하자는 입장”이라며, “민생과 경제가 더 시급하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가능하면 이런 갈등 요소가 많은 의제에 대해선 집중적인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라며 “국회가 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여 또 다시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3
이에 대해 48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한국 성소수자 인권 단체 연합 무지개행동은 “인권을 민생의 바깥에 놓고 보는 시대착오적 인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경제와 민생이 시급하다는 대통령의 정세 인식에 동의한다”면서도 “차별에 맞서 소수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역시 시급한 민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가능하다면 대한민국 모두의 문제, 특정 지역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면서 가능한 대안을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의지와 실천으로, 타운홀미팅을 통해 국민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입니다. 우리 삶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차별이야말로, 보편적인 인권 실현의 대표적인 과제로 꼽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이야말로 ‘모두의 문제’ 입니다.4 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회피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실용 정부’의 면모를 차별금지법 제정에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원문 작성: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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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미겔(스페인어), 피웊(영어), 우산(인도네시아어), 아키(일본어), Van(중국어), 미겔(카탈루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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